두바이의 국영 투자회사 '두바이 월드'가 590억 달러의 채무 상환을 유예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각국의 통화는 크게 요동쳤고, 채권 가격도 급락했다.
제2의 라스베이거스 혹은 제네바를 만들겠다는 두바이의 야심 찬 행보에서 우리는 버블 때 성행하는 지나친 자신감을 늘 엿볼 수 있었다. 물론 두바이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미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붉은 잉크가 넘쳐나는 마당에 두바이 월드가 빚을 갚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이 패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채무 유예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즉, 서브프라임 위기 때도 증상에 대해서는 여러 조치가 취해졌지만 정작 근본적인 문제엔 손을 못 댔다는 점 말이다. 마치 재발하려는 암이 몸속에 잠복해 있는 것처럼.
서브프라임 위기의 핵심은 너무 많은 빚이, 그것을 감내하기 어려운 사람이나 기업에 쌓여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국가 채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사모 펀드 산업은 엄청난 손실을 떠안았고, 신용카드 빚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것을 보면, 허약한 기초 위에 과도한 레버리지를 쌓아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교훈을 우리가 과연 서브프라임 위기를 통해 제대로 배웠는지 의심스럽다.
갈수록 커져가는 부채
채무 재조정 사태를 피하는 방법을 주제로 교과서를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두바이 월드'가 딱 들어맞는 사례가 될 것이다. 두바이 월드는 그동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었지만 이 같은 사실을 미리 경고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미국 주식시장이 추수감사절 연휴로 휴장했을 때 갑작스런 발표를 했다. 이에 대해 명확하고도 정확한 정보를 내놓을 준비도 하지 않고서 말이다.
손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여러 차례 많은 기업의 붕괴를 겪은 터라 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예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이것이 두바이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갈수록 커져가는 공공 부채를 보라. 그리스는 2009년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2%를 넘어설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지난달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이 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A-로 한 단계 낮췄다. 게다가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영국 같은 거대 경제국들을 비롯해 다른 많은 나라들도 이와 매우 비슷한 처지에 있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
문제는, 어떤 시점에 이르면 부채가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는 국가 부채는 안전하다고 들어왔다. 정부가 빚을 갚기 위해 언제든지 세금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세금을 너무 많이 올리면 경제는 위축되고 세수는 크게 줄어든다. 그러면 정부는 채무 불이행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 국가 부채 역시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신음하고 있는 사모 펀드 시장을 보라. 영국의 금융가인 가이 핸즈(Guy Hands) 테라 퍼마 캐피털 파트너스 회장은 자신이 기업 매수를 위해 빌려썼던 돈을 만기 연장해 주는데 미국과 영국 은행들이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신용 버블이 정점일 때 많은 기업들이 과다한 부채를 짊어졌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여전히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마치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고는 문제가 그냥 사라지길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의 신용카드 부채는 어떤가?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 9월 영국의 신용카드 회사들의 부실채권 상각 지수가 11.8%에 이르렀다. 이는 작년 1분기와 비교할 때 거의 두 배에 맞먹는 수준이다.
10개 중 하나는 부실
카드회사들이 대출금 중 10분의 1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란 의미다. 이런 사정은 미국을 비롯해 다른 선진국들이라고 특별히 더 나아 보이지 않는다. 그 누가 현 상황이 지속 가능하리라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어디선가 돈이 감쪽같이 생겨난 것처럼, 자기 수입을 훨씬 초과해 생활하고 있다. 그들이 언젠가는 파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당신은 어두운 방에 들어가 논리 정연하게 생각하는 법을 찾아낼 때까지 누워 있기 바란다.
문제는 항상 똑같다. 서브프라임 위기의 근원이 주택담보대출이었던 것처럼. 허약한 기반 위에 과도한 부채가 쌓였다. 결국 건물 전체가 무너지고 만다. 두바이는 앞으로 다가올 문제의 예고편을 보여줬다. 진짜 문제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현실을 직시하라
두바이 위기에서 금융 시스템이 반드시 배워야 할 교훈이 세 가지 있다.
우선, 국가와 기업, 개인이 실제 벌어들이는 수익 전망에 대해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나 기업, 개인들이 그들의 능력보다 더 많이 벌 수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또, 언젠가 경제가 회복돼 문제를 해결해 줄 것처럼 하기보다는 전액 상환할 가능성이 희박한 채무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나 국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더 이상은 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바이는 말 그대로 모래 위에 지어졌다. 똑같은 은유적 토대 위에 지어진 다른 많은 나라와 기업들도 그들의 기초가 두바이보다 더 단단하다고 증명하기란 쉽지 않을 듯싶다.
제2의 라스베이거스 혹은 제네바를 만들겠다는 두바이의 야심 찬 행보에서 우리는 버블 때 성행하는 지나친 자신감을 늘 엿볼 수 있었다. 물론 두바이 사태는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미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붉은 잉크가 넘쳐나는 마당에 두바이 월드가 빚을 갚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이 패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채무 유예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다. 즉, 서브프라임 위기 때도 증상에 대해서는 여러 조치가 취해졌지만 정작 근본적인 문제엔 손을 못 댔다는 점 말이다. 마치 재발하려는 암이 몸속에 잠복해 있는 것처럼.
서브프라임 위기의 핵심은 너무 많은 빚이, 그것을 감내하기 어려운 사람이나 기업에 쌓여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국가 채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사모 펀드 산업은 엄청난 손실을 떠안았고, 신용카드 빚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것을 보면, 허약한 기초 위에 과도한 레버리지를 쌓아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교훈을 우리가 과연 서브프라임 위기를 통해 제대로 배웠는지 의심스럽다.
갈수록 커져가는 부채
채무 재조정 사태를 피하는 방법을 주제로 교과서를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두바이 월드'가 딱 들어맞는 사례가 될 것이다. 두바이 월드는 그동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었지만 이 같은 사실을 미리 경고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미국 주식시장이 추수감사절 연휴로 휴장했을 때 갑작스런 발표를 했다. 이에 대해 명확하고도 정확한 정보를 내놓을 준비도 하지 않고서 말이다.
손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여러 차례 많은 기업의 붕괴를 겪은 터라 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예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이것이 두바이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갈수록 커져가는 공공 부채를 보라. 그리스는 2009년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2%를 넘어설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지난달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이 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A-로 한 단계 낮췄다. 게다가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영국 같은 거대 경제국들을 비롯해 다른 많은 나라들도 이와 매우 비슷한 처지에 있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
문제는, 어떤 시점에 이르면 부채가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는 국가 부채는 안전하다고 들어왔다. 정부가 빚을 갚기 위해 언제든지 세금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세금을 너무 많이 올리면 경제는 위축되고 세수는 크게 줄어든다. 그러면 정부는 채무 불이행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 국가 부채 역시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신음하고 있는 사모 펀드 시장을 보라. 영국의 금융가인 가이 핸즈(Guy Hands) 테라 퍼마 캐피털 파트너스 회장은 자신이 기업 매수를 위해 빌려썼던 돈을 만기 연장해 주는데 미국과 영국 은행들이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신용 버블이 정점일 때 많은 기업들이 과다한 부채를 짊어졌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여전히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마치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고는 문제가 그냥 사라지길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의 신용카드 부채는 어떤가?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 9월 영국의 신용카드 회사들의 부실채권 상각 지수가 11.8%에 이르렀다. 이는 작년 1분기와 비교할 때 거의 두 배에 맞먹는 수준이다.
10개 중 하나는 부실
카드회사들이 대출금 중 10분의 1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란 의미다. 이런 사정은 미국을 비롯해 다른 선진국들이라고 특별히 더 나아 보이지 않는다. 그 누가 현 상황이 지속 가능하리라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어디선가 돈이 감쪽같이 생겨난 것처럼, 자기 수입을 훨씬 초과해 생활하고 있다. 그들이 언젠가는 파산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당신은 어두운 방에 들어가 논리 정연하게 생각하는 법을 찾아낼 때까지 누워 있기 바란다.
문제는 항상 똑같다. 서브프라임 위기의 근원이 주택담보대출이었던 것처럼. 허약한 기반 위에 과도한 부채가 쌓였다. 결국 건물 전체가 무너지고 만다. 두바이는 앞으로 다가올 문제의 예고편을 보여줬다. 진짜 문제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현실을 직시하라
두바이 위기에서 금융 시스템이 반드시 배워야 할 교훈이 세 가지 있다.
우선, 국가와 기업, 개인이 실제 벌어들이는 수익 전망에 대해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나 기업, 개인들이 그들의 능력보다 더 많이 벌 수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또, 언젠가 경제가 회복돼 문제를 해결해 줄 것처럼 하기보다는 전액 상환할 가능성이 희박한 채무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나 국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더 이상은 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바이는 말 그대로 모래 위에 지어졌다. 똑같은 은유적 토대 위에 지어진 다른 많은 나라와 기업들도 그들의 기초가 두바이보다 더 단단하다고 증명하기란 쉽지 않을 듯싶다.